


부검의
★★★★☆

上地 水帆音/Kamichi Mihone

눈을 둔찰하는
카미치 미호네
초괴물급 부검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거나 그와 동일한 수준의 학력으로 국가고시를 통과하고 해부병리학을 전공하여 부검을 하는 의사.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업무를 진행할 때는 임상에서 떼어낸 조직을 검사하여 환자의 진단, 질병의 진행, 치료 효과 등을 알아내는 일을 한다. 해부병리학 의사라고 해도 주요 업무는 부검이니만큼 대부분의 일거리는 시체를 대상으로 하는데, 시신의 검시, 검안, 해부를 통해서 직접 죽게 된 이유를 조사하여 사인을 찾고 검사의 결과와 연관지어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
눈을 둔찰하는
둔찰(屯察): 정지한 물체를 머물러 관찰하다
정지해 있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 즉 정면 시야각 45도 이내에 계속해서 존재하는 물체나 사람을 5분 이상 살피면 자기 자신의 지식에 한정하여 그것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미세하고 거시적인 모든 정보를 읽어들이고, 연관된 문제 상황의 해결 방법 따위를 초인적인 빠르기로 도출하는 능력. 사용 시 눈동자가 한순간 짙고 강한 붉은색으로 빛난 뒤, 정보를 읽어들일 때마다 지속적으로 붉은색을 띄며 점멸한다. 일단 한번 발동이 되면, 대상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더라도 대상의 상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파격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12시간 정도 계속해서 정보를 읽어들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굳이 사용할 때를 꼽으라면, 능력을 통해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조직검사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는 부검 때. 더군다나 발동 이후 1시간 이상 자세한 정보를 찾아 살필수록, 참을 수 없는 메스꺼움이 치밀어 오름과 동시에 안구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기분나쁜 통증을 겪게 되기에 사용자 본인은 웬만하면 쓰고 싶지 않아 한다. 그 감각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물체를 둔찰했을 때는 어느 순간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져 헛구역질을 하며, 시야가 어둡게 흐리다는 증상을 호소하고는 했다.

소지품
[메스 칼날 상자]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걸 대놓고 가지고 다니면 무섭잖아.
산 사람 해부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일회용 마스크 한 박스]
취미로 끼고 다니는 거였지만
어느 순간 고칠 수 없는 습관이 되어 버렸지.

@gyuk_commission 님 커미션
성격
소심한
"미안해... 나는 그러려던 게 아니라...으으..."
본인이 사고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자신이 잘못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잘못한 것도 쩔쩔매고 미안해하며 전부 자신이 사과하기 일쑤. 상황이 벌어진 지 1초 만에 자동으로 나오는 반응을 보면, 아마도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 같다. 황당해하는 사람들이 네 잘못도 아닌데 왜 사과하냐고 해도, 그것도 질책하는 말 중의 일부인 줄 알고 안절부절.
로우텐션
"어....괜찮다면 조금만 있다가 해도 될까..."
의료계 직업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유의 긴장되는 상황에서의 여유로움은 그에게도 역시 존재했다. 대부분의 안 좋은 상황은 상상하는 최악의 선까지 가기 전에 반드시 정리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일까. 말과 행동은 느릿느릿하고, 미룰 수 없을 때까지 일을 미뤄두기 일쑤.
실행력 있는
"결정했어.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이걸로 쭉 간다."
흥미를 보이는 일은 몇 종류 되지 않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은 물론, 타인이 위험해지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덕분에 본인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걸 해결하겠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을 하든 일처리가 항상 빠른 편. 그 마음을 먹는다는 것까지의 과정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태세전환
"아 그 입 좀 다물라고요. 전두엽을 날려먹으셨나."
몰릴 대로 몰려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항상 반쯤 끼고 다니는 마스크를 입과 코를 완전히 덮도록 올렸다. 그건 본격적으로 눈 앞의 사람과 담판을 짓겠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가려진 탓에 웃고 있는지, 화내고 있는지 모를 입이지만 상대를 신랄하게 깎아내리며 희번득거리는 눈만은 거의 다른 사람 수준의 것이었다.
특징
-L: 독서, 조용한 곳, 푹신한 데드캣 인형
-H: 운동, 시끄러운 곳, 하여튼 몸 움직이는 활동
-10월 23일생. 탄생석 오팔, 탄생화 흰독말풀.
-말투는 기본적으로 반존대체이나 당황하면 경어체가 마구 튀어나온다.
-시도 때도 없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기에, 아예 손에 라텍스 장갑을 끼고 다닌다고.
-그렇게 안 보이지만 가정은 의외로 부유하다. 사는 곳은 요코하마에 있는 커다란 저택.
-척 보면 알겠다시피 안쓰럽게 마른 몸을 가지고 있다. 직장 동료들이 우스갯소리로 몸에 뼈밖에 안 남아서 미호네 아니냐면서, 밥 좀 챙기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 툭 치면 비틀거린다. 아마 툭이 아니라 퍽 치면 그대로 쓰러질지도. 운동부족에 빈혈에 저체중에...아주 시체가 따로 없다.
과거
파도치는 소리가 항구에 울려퍼지는 요코하마의 해안가. 소년의 고향이자 비극이 시작된 장소였다. 대로변에 이어진 골목길을 굽이굽이 따라 들어가, 소금바람의 향기가 짙게 깔린 곳에 있는 저택의 문을 열고, 2층 구석진 곳에 살짝 열린 방을 엿본다면 커다란 인형에 파묻혀 책을 읽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카미치 미호네, 남부럽지 않을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옷을 입고 고급진 음식을 먹으며 자라고, 영특한 머리까지 타고난 축복받은 아이. 그러나 아이가 가지지 못한, 사랑이라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양육에 필요한 것은 돈 뿐이라는 양친의 잘못된 믿음 떄문에 아이는 방문교사 이외의 다른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더욱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방에 하루 종일 갇혀 있어야 했기에 아이는 사랑받는 방법도, 사랑하는 방법도 제 시기에 배울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결핍된 애정은 다른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된다. 아이에겐 그것이 음식을 거부하는 증상으로 나타났을 뿐. 방에 감금되는 벌이 끝나고 양친이 밥을 먹으라 불렀을 때도, 아이는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책만 읽고 있었다. 억지로 끌어내 밥상머리에 앉혀도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입맛이 없다 하며 다시 총총 방으로 들어가 책에 얼굴을 파묻기 일쑤였다. 해가 지나고 달이 가고, 읽은 책과 배운 지식만큼 아이의 학문은 점점 깊어갔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의 몸은 눈에 띌 정도로 수척해져 갔다.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언제나 빛나는 재능만을 보는 법. 아이의 부모도, 주변 사람들도 아이의 등을 떠밀어 의사의 길을 걷게 하였다. 아이의 의견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불행인지 다행인지, 의료계는 모든 것에 시큰둥하고 무감각한 아이에게 꽤 잘 맞았다. 실제로 본인이 다른 일에 비하여 흥미를 느끼는 일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소독약 냄새와 공기를 휘도는 혈향을 맡으면 몽롱했던 정신이 맑아지며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시체 해부이든, 각 병동에서의 다양한 실습이든, 아이는 그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해치웠으니까. 눈부신 재능에 대한 시기와, 시체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괴물에 대한 혐오가 각각 반씩 섞인 눈빛을 견뎌내면서 아이는 점점 말 없고 소심하게 변해갔다. 사람만 보면 슬슬 피하는 병이라도 있는 듯이.
어리기만 하던 아이는 어느새 소년이 되었고, 의대의 인턴 생활이 두어 달 밖에 남지 않았을 무렵 산부인과 병동에서의 인턴 실습이 있었다. 응급실과 중증외상센터와 더불어 의대생들이 꺼리는 장소 중 하나인 이곳에서 소년과 동기들이 맡은 일은 낙태를 당하거나 사산, 유상된 아기의 유해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끔찍한 모습의 살덩어리, 또는 살아 움직이는, 무사히 이 세상에서 숨을 쉬는 생명체로 태어날 수도 있었던 그것들을 보고 여기저기서 구역질을 하거나 눈물 흘리는 동기들이 속출했다. 의연했던 이들도 아주 조금씩은, 동요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어찌어찌 지나갔고, 점심때가 되어 실습이 진행되는 방은 잠시 비게 되었다. 단 한 명, 이런 행동을 보이는 동기들이 이해되지 않는, 마스크를 쓰고 '일거리' 를 바라보는 소년을 제외하고 말이다.
점심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비척비척 실습 장소로 돌아간 학생들의 무리에서 비명과 울음소리가 돌연 터져나왔다. 그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피로 범벅이 된 라텍스 장갑을 낀 소년이었다. 숨이 붙어있던 것도, 이미 뭉개져버린 것도 전부 완벽히 매뉴얼대로 처리해 폐기처분을 하려던 참에 학생들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라 말하는 듯한 소년의 눈동자를 보며 수군거리는 학생들을 제치고 담당교수 한 명이 소년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카미치 군, 실습 끝나고 잠깐 휴게실로 오게. 혼내려는 것이 아니니 걱정 말고. 알겠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교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내가 카미치 군한테 처리를 부탁했네. 그러니 다들 정신 차리고, 실습 재개한다! 라며 어수선한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나름의 애정이 담긴 배려를, 소년이 알아차릴 리는 없었다. 그저 묵묵히 남은 실습을 계속 했을 뿐.
딸깍, 하고 휴게실 문을 열자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던 아까의 교수가 고개를 돌려 인자한 미소로 소년을 맞았다. 그 사이에 더 수척해진 것 같군, 건강 좀 챙기게나, 따의의 말을 건네곤, 그는 소년에게 차 한 잔을 내밀며 의자를 당겼다. 어쩔 줄 모르는 소년에게 괜찮으니 앉으라는 듯이 눈짓하고는, 그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뜨며 입을 떼었다.
"아까 많이 놀랐었지? 나 원, 의과대학의 학생들이 사람 생각할 줄을 몰라서야..."
"아, 괘...괜찮아요... 저...교수님, 혹시 저 퇴학인가요...?"
"퇴학? 허허,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군. 나는 그저 진로를 권해주러 불렀을 뿐이라네."
입학 초부터 유난히 소년을 챙기던 교수였기에, 소년은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시체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하나의 재능이지. 카미치 군...아예 해부학을 전공해 부검의가 되어볼 생각은 없나?"
"부검의...시체를 해부하여 그 사인을 알아내는 의사 말인가요?"
"그렇다네.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적고...분명 이 바닥보다는 편할 걸세. 나는 카미치 군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탁한 연녹색 눈이 갈 곳 없이 흔들리다 이내 자리를 잡았다. 눈앞의 사람은 분명 나를 걱정하여 진심을 말하고 있다.
"그것도...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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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소년이 마음을 먹은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준 교수의 지도를 받아 인턴 과정도, 레지던트 과정도 끝마치고 그의 밑에서 해부병리학을 공부해서 마침내 어엿한 부검의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8월 초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뜨거운 여름날, 시체 한 구가 과학수사대 본부로 실려왔다. 어느 청년의 평범한 익사체, 오열하고 있는 모친과 그걸 달래는 부친. 많이 보던 광경이라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언제나와 같이 부검을 하기 위해 보호자 동의를 얻으려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넨 순간, 부친이 소년에게 따귀를 날렸다.
"어디서 경력도 없는 어린애 따위가 내 아들한테 칼을 대려 하는 거냐! 절대 그렇게 못 한다!"
무언가 이상해. 소년은 뺨을 문지르며 손능적으로 생각했다. 가족 간의 정을 몰랐기에, 말 속에 담긴 부자연스러움을 다른 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보호자 동의서는 모친의 동의와 부친의 비동의로 받지 못했지만, 그들이 떠난 이후 소년은 망설임 없이 시체를 부검실로 옮겼다. 그리곤 라텍스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올려누르며, 교수의 조언을 머릿속에 새겼다. 메스를 들었다.
"쎄한 느낌이 들면, 자네의 직감을 믿게. 카미치 군이라면 분명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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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손으로 차가운 녹차를 꼭 감싼 채, 그나마 선선해진 저녁 날씨를 느끼며 소년을 옥상 테라스의 의자에 앉았다. 며칠 전 강행한 부검은, 진실을 찾아내는 열쇠가 되었다. 수사대의 동료들은 소년이 말한 것을 전부 귀담아듣고, 유전자 분석과 증거조사까지 기밀로 빠르게 진행해 주었다. 예상대로, 청년을 살해한 것은 그 부친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료를 정리해 경찰에 넘기는 것 뿐. 무사히 끝난 계획에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오는 교수님이 명절 연휴에도 쉬지를 못하는구만, 하며 강의 끝나면 여기로 찾아오신다고 했었는데...아직 멀었나, 같은 생각을 하던 순간, 옥상의 철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너 이 자식...내 인생을 망쳐...? 넌 오늘 내 손에 죽었어...!"
청년의 부친이, 식칼을 들고 씩씩대며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판단할 겨를은 없다, 어서 도망쳐야 해.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어딘가로 몸을 피하기에는 건물 옥상이 너무 좁았다. 식칼의 날이 가까워짐에 따라, 소년은 점점 더 뒷걸음질했고 마침내 난간에 몰리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자신은 하루 동안 굶어 비틀거리는 상태였으며 바닥이 엄청나게 미끄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 여기는 5층 건물의 꼭대기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내딛은 한 발은, 땅 대신 허공을 갈랐다. 풍경이, 순식간에 180도로 뒤집혔다. 차라리 칼을 맞는 것이 나았을 거라고, 소년은 생각했으리라.
"어...어어? 으아아...!"
시간이 느리게 가는 착각 속 느껴지는 것은, 8월 15일 저녁 즈음 기분좋게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 뿐이었다. 사랑이라고 하는, 상황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내게 결여되어 있다면, 내가 내린 결정은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사랑을 느끼지 않는 괴물인 내가 느끼는 고통은 거짓인가요. 대답해줄 리 없는 하늘의 구름을 보며 소년은 무의식 중에 눈을 감았다. 콰직, 온몸의 뼈가 분쇄되는 듯한 고통과 동시에 바람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에 들렸다.
"카미치 군, 이게 무슨 일...카미치 군! 자네 괜찮...세상에, 어서 구급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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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흐리게 비쳤다 점점 맑아진 시야에는 소년의 집 천장이 들어왔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하자, 누군가의 팔이 소년을 부드럽게 감싸안아 말리며 다시 침대에 눕혔다. 아, 따듯해. ...그런데 누구지?
"교수님!! 아니 교수님이 여기 왜... 윽!!"
"아직 움직이지 말게. 다발성 골절만 전신에 열두 군데가 생겼네. 시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태였단 말일세."
"...보통 그 정도면 기흉으로 인한 산소부족이나 과다출혈로 죽지 않나요?"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지만, 카미치 군의 눈... 하아, 이건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지."
골치아픈 듯이 고개를 내젓고선, 교수는 소년의 손을 쥔 채로 눈을 맞추었다.
"나에게는 딱 자네만한 아들이 있었네. 지금쯤 자네와 친구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구만...살아만 있었다면. 그 아이는 또래에게 살해당해 변사체로 발견되었지. 범인도 알고, 심증도 있었지만...담당 기관이 비리로 얼룩진 탓에 부검도 못 하고 흐지부지 끝나 버리고 말았네."
이윽고 그는, 소년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런데 자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옳은 일을 했네. 그 용기가 기어이 범인을 심판대에 올렸으니...목숨을 아끼지 않는 카미치 군에게서, 나는 내 아들의 뒷모습을 보았네..."
슬픈 표정으로 미소짓는 얼굴을 멍하니 관찰했다. 그 순간 눈이 맑아지며, 마치 현미경처럼 교수의 안색과 옷자락, 손이 눈에 들어왔다.
"...교수님, 최소한 이틀은 밤을 새신 것 같습니다."
"...? 허허, 그렇게나 눈에 띄었나.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안구의 혈관이 충혈되어 있고 눈 밑에 색소침착이 나타나며, 혀에는 설태가 끼어 있습니다. 이틀 동안 영양분과 특히나 수분 섭취가 거의 없었군요. 와이셔츠에는...인스턴트 라면 국물의 흔적, 그리고 터서 일어난 손 끝. 겨우 라면 하나 드시고 집에도 못 들어가신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셨겠네요."
"카미치 군. 자네 눈동자 색깔이...붉은색이네."
"...예? 그게 무슨 소리..."
"그래...그게 자네의 능력이군. 부디 앞으로도 올바른 곳에 써 주게."
쓰다듬던 손은 이내 소년을 천천히 끌어안았다. 그리고 소년의 귓가에 울린 한 마디.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언제나 카미치 군을 아끼고 있으니..."
불완전한 사랑으로나마 채워진, 초 괴물급 부검의 카미치 미호네의 탄생이었다.